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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시인 이영하, '열 살의 어깨에 내일이 올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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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75
  • 2026.09.06 19:49
 
열 살의 어깨에 내일이 올라앉았다
 
(하늘시인 이영하)
 
나이지리아의 어느 아침, 열 살 마마두의 어깨 위에
어른보다 무거운 하루가 올라앉는다.
숯가루 묻은 손으로 수레를 끌고 거리를 지나
세 동생의 저녁을 벌러 간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열 살의 몸은 하루를 밀고 가는데
그 작은 입에서 뜻밖에도 내일의 이름이 나온다.
변호사가 되고 대통령도 되고 싶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화면을 바라보았다.
 
열세 살 하우와는
무장단체가 나타날지 모르는 숲으로 들어가
가족의 끼니를 위한 장작을 모은다.
두려움보다 먼저 동생의 배고픔을 생각하는 아이,
그 아이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
오늘은 장작을 지고 돌아오지만
언젠가는 사람의 아픔을 두 손으로 덜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른인 나는 그들의 작은 손을 바라보다
내가 가진 내일이 얼마나 사치였는지 생각했다.
아이들은 오늘을 견디면서도 내일의 직업을 꿈꾸고 있었다.
숯가루 묻은 손이 대통령을 꿈꾸고,
장작을 진 어깨가 의사의 길을 꿈꾸는 밤,
 
희망은 가진 사람의 입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은 아이가 끝내 놓지 않는
한 줄의 내일이라는 것을.
부디 그 아이들의 내일만큼은
전쟁과 굶주림이 먼저 차지하지 않기를.
 
열 살의 어깨에서 열세 살의 손에서
아직 쓰이지 않은 내일이 끝내 지워지지 않기를.
 
 
 
<시작 노트>
 
이번 작품을 쓰면서 저는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시선부터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 마이두구리의 아이들은 전쟁과 자연재해, 가난이라는 거대한 현실 앞에서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KBS가 소개한 마마두(10세)는 대홍수로 어머니를 잃은 뒤 어린 동생 셋의 가장이 되어 숯을 배달하고 밥일을 했고, 하우와(13세)라는 여자 어린이는 무장단체의 위협이 있는 숲으로 장작을 구하러 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방송을 보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아이들의 노동보다 그들이 말한 꿈이었습니다. 열 살 마마두는 변호사와 대통령을 꿈꾸고, 열세 살 하우와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미래를 계산하지만, 이 아이들은 오늘을 견디면서도 내일의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전쟁이나 빈곤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숯가루 묻은 손, 장작을 진 어깨, 세 동생의 저녁, 그리고 대통령·의사라는 꿈을 서로 마주 세웠습니다.
 
특히 ‘열 살의 어깨에 내일이 올라앉았다’는 역설을 작품의 중심 이미지로 삼았습니다. 아이의 어깨에는 원래 책가방이 올라가야 하지만, 그곳에는 가족의 생계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어깨가 꿈꾸는 것은 더 큰 내일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통해 가난한 아이를 대신해 울어 주는 데서 끝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에는 ‘희망’이라는 말을 쉽게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남아야 할 것은 희망이라는 추상어가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내일입니다. 그 내일을 누가 대신 써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끝까지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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